사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가벼운 상처들은 습윤 드레싱만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주변 애기 엄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항생제 내성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항생제를 많이 처방해 주는 소아과를 기피하고, 애기들에게 항생제 먹이는 것을 꺼려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반면 항생제 연고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먹는 약만큼 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전문약이 아니고 집에서 상비약으로 두고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약이다 보니 자주 많이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항생제는 적시에 적량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면 생명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약이라서 무조건 기피하는 것도 좋지 않은 자세지만, 정말로 항생제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겼을 때 항생제가 내 몸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상에서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는 노력은 필요하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아이가 병원에 가야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감염의 우려가 있는 상처가 생긴 경우라면 그 땐 항생제 성분이 포함된 상처 치료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보통 가정에 상비약으로 항생제 연고 하나씩은 구비해 놓는데 가장 유명한 연고들을 예로 들면 마데카솔, 후시딘, 박트로반, 베아로반 등이 있다.
맘까페같은 곳에 보면 애기 상처에 어떤 것을 발라주면 좋냐는 글이 종종 올라오는데 박트로반이 의사들이 처방해 주는 약이라 가장 좋다더라, 항생제 연고는 되도록 쓰지 말고 비판텐 연고만 발라주는게 좋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어떤 연고가 가장 좋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상처의 상태 및 심한 정도, 효과를 보이는 균종, 환자마다 내성을 보이는 항생제 종류 등에 따라서 알맞은 치료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한테 알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가장 유명한 연고들 몇 개를 골라 각각의 특징을 알아보려고 한다.
만약 여전히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상처의 상태를 보여주고 알맞는 연고를 추천받는 것을 권한다.
1. 박트로반, 베아로반, 에스로반 등
박트로반 연고는 Mupirocin이라는 단일 성분의 항생제 연고이다. 박트로반 연고는 2016년에 판권 문제가 발생해서 더 이상 구매가 불가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효과가 좋다고 엄마들 입에 오르내리는 연고 중 하나이다. 현재 박트로반 연고를 구매하고 싶다면 같은 Mupirocin 단일 성분 항생제 연고인 베아로반이나 에스로반과 같은 연고를 구매하면 된다.
피부과나 소아과 등에서 자주 처방해 주는 약이여서 엄마들 사이에서 다른 항생제 연고들에 비해 더 좋은 약으로 입소문이 나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제일 좋은 약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항생제 연고들에 비해 적용 범위가 넓고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후시딘의 성분인 Fusidate가 그람양성균에만 작용하는 것과 달리, Mupirocin은 그람음성균은 물론 항생제 내성균인 MRSA에도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세균 감염 위험이 높은 상처에 적용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주 적응증은 농가진(고름딱지증), 모낭염 등 세균성 피부감염증과 외상이나 화상 후 피부 감염증이다. 생후 2개월부터 사용이 가능해서 어린 아기들의 피부질환에 많이 사용된다.
일반의약품이여서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처방전을 받으면 보험이 적용되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부작용으로는 모든 항생제 연고와 마찬가지로 피부 과민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발적이나 발열감이 나타난다면 항생제 성분이나 연고 첨가제인 폴리에틸렌글리콜에 의한 피부 과민 반응일 수 있으므로 사용을 중단하고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또한 폴리에틸렌글리콜이 점막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눈, 콧속 비강내, 구강에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장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많은 양이 피부로 흡수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 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사용방법은 1일 2-3회 10일간 감염부위에 소량을 바르고, 필요한 경우 바른 부위를 드레싱하거나 밀봉한다.
보통 항생제 연고를 하루 이틀 바르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제품설명서에 10일간이나 바르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은 장기간 사용을 권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회성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의 발현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일정기간 이상은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항생제 연고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통증이 지속되고 붓고 열이 난다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2. 후시딘
후시딘 연고는 Fusidate라는 항생제가 포함된 단일 성분 연고이다.
주로 그람양성균에 작용하는 항생제로 앞서 살펴본 Mupirocin에 비해 좁은 범위에 사용이 가능하다.
주 적응증은 농가진, 모낭염, 심상성 여드름(보통 여드름), 화상˙외상˙봉합창˙식피창에 의한 2차 감염이다.
Fusidate의 문제는 내성율이 높다는 것이다. Mupirocin도 마찬가지이지만, 최근 두 성분 모두 내성률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지 성분의 항생제를 사용하면 내성율을 높힐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항생제 연고와 마찬가지로 피부 과민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발적, 발열감이 나타나면 사용을 중단해야 하고, 통증이 계속 지속되고 붓고 열이 난다면 항생제 내성의 문제일 수 있으므로 두 경우 모두 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용방법은 환부를 깨끗이 하고 1일 1~2회 적당량을 환부에 직접 바르거나 무균거즈에 넓게 펴발라 붙인다. 두껍게 바르지 않고 보통 1주 정도로 투여기간을 제한한다.
3. 마데카솔
마데카솔 연고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공통성분은 Centella asiatica ext. 즉, 병풀이라고 불리는 식물의 추출물로 콜라겐 합성을 유도해 피부재생을 촉진시키고 흉터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진 성분이다.
일반 마데카솔 연고는 센텔라 추출물 단일성분으로 항생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상처 치료 연고이다.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데카솔 연고가 이에 해당한다. (편의점에서 파는 다나연고 역시 같은 성분이다.)
항생제 성분이 없기 때문에 피부 재생에는 도움이 되나 감염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
분말 제형으로 나오는 것도 있는데 진물, 출혈이 있는 습성 상처에 적합하다.
마데카솔케어 연고는 센텔라 추출물 외에 Neomycin이라는 항생제 성분을 포함한 연고이다. Neomycin은 1차 감염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과 2차 감염의 원인이 되는 그람음성균에도 작용하는 광범위 항생제로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가장 중요한 부작용은 과다 사용 시, 신장 장애와 신경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국소도포했을 때, 피부 발진 등 과민성 반응이 6~8%정도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사용 중 피부 과민 반응이 나타나면 사용을 중단하고 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용방법은 1일 1~2회 적당량을 환부에 바른다. 권장 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1주 정도로 투여기간을 제한한다.
복합마데카솔 연고는 이전 포스팅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마데카솔케어 연고에 Hydrocortisone acetate라는 스테로이드 성분을 첨가한 연고이다. 스테로이드는 가려움증 및 염증 완화를 목적으로 소량 첨가한 것이고 마데카솔케어 연고와 마찬가지로 항생제 연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일반적인 상처의 치료에는 추천하지 않고, 가려움증이 동반된 염증이 있는 상처의 경우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작용과 사용방법은 마데카솔케어 연고와 동일하다.
특정 성분의 항생제 연고가 나에게 잘 맞다고 해도,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지 성분의 항생제 연고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연고마다 권장되는 사용기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를 복용하다 말다 하는 행동이 항생제 내성균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항생제 연고 역시 바르다 말다 하고, 바르는 시간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내성균 발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용법으로 용량을 지켜 사용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항생제 연고의 보관문제이다. 보통 항생제 연고는 가정상비약으로 한 번 쓰고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약을 개봉했다면 포장에 표기된 유통기한만 믿어서는 안된다.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실온(1~30℃)에 보관한다고 했을 때, 개봉 후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그리고 병원에서 처방받아 연고 통에 덜어서 조제가 된 외용제라면 1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온도가 일정하지 않은 곳에 보관된 경우라면 내용물이 더 빨리 변질될 수 있고, 변질된 성분이 피부 안으로 흡수되면 약 성분과 상관없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하 한다.
모든 외용제에 개봉날짜를 꼭 적어놓고 보관기간이 지났다면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항생제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항생제 사용을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적시에 적량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이 우리 아이에게 또 우리 가족에게 항생제 연고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알맞는 연고를 선택하고 올바르고 안전하게 사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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